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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 도감

농사에 들어온 인공지능, 텃밭 한 뼘까지

심는 간격을 조금 바꾸면 같은 넓이에서 더 거둡니다

봄 텃밭에 상추 모종을 몇 포기 심을지 손으로 세어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한 이랑에 촘촘히 넣으면 잎이 서로 부딪혀 웃자라고, 넉넉히 벌리면 애써 갈아 둔 흙이 그냥 남습니다. 얼마를 어디에 심어야 알맞은지, 밭에서 오래 이어져 온 이 물음을 자료로 풀어 보려는 연구가 미국에서 나왔습니다. 미주리대학교 연구진의 이야기입니다.

인공지능이 밭에서 하는 일

연구진은 심는 방법을 조금만 바꿔도 같은 넓이에서 더 많이 거둘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흙의 성분과 물기, 그해 기온과 비의 양, 씨앗을 넣는 간격 같은 자료를 인공지능이 한자리에 모읍니다. 위성이 찍은 밭 사진과 밭에 꽂아 둔 감지기의 기록도 함께 들어갑니다. 사람이 눈으로 헤아리기 어려운 이 많은 숫자를 견주어, 어느 자리에 얼마만큼 심으면 수확이 나아지는지 계산해 알려 줍니다.

예전에는 농부가 오랜 경험과 감으로 심는 양을 정했습니다. 그 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한 밭에서 수십 해를 지어야 얻는 눈썰미입니다. 인공지능은 여러 밭에서 쌓인 기록을 한꺼번에 살펴, 그 눈썰미를 숫자로 옮겨 놓습니다.

심는 간격을 다시 봅니다

같은 씨앗도 얼마나 벌려 심느냐에 따라 거두는 양이 달라집니다. 너무 촘촘하면 뿌리와 잎이 서로 자리를 다투다 둘 다 여위고, 너무 벌리면 빈 흙에서 물과 거름이 뿌리에 닿지 못하고 빠져나갑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한 밭 안에서도 자리마다 흙의 힘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밭 전체에 같은 간격을 쓰는 대신, 자리에 따라 심는 양을 달리하는 방법을 내놓았습니다.

  • 흙이 기름진 자리에는 조금 더 촘촘히 심습니다.
  • 메마르거나 볕이 약한 자리에는 넉넉히 벌립니다.
  • 지난해 잘 자란 이랑을 적어 두고 이듬해에 다시 씁니다.

물과 거름도 자리마다

자리마다 다르게 살피는 이 생각은 심는 간격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어느 구역에 물이 더 필요한지, 어느 잎에 병이 먼저 드는지도 사진과 감지기 자료로 미리 살필 수 있습니다. 거름도 밭 전체에 고르게 뿌리는 대신 모자란 자리에만 더 주면, 낭비가 줄고 흙과 물길로 흘러드는 양도 함께 줄어듭니다. 한 뙈기 밭을 알뜰하게 쓰는 일이 살림과 땅 모두에 도움이 됩니다.

텃밭에 옮겨 보세요

이 이야기는 넓은 논밭에서 나왔지만, 좁은 텃밭에도 옮겨 볼 수 있어요. 우선 텃밭을 볕이 잘 드는 자리와 그늘진 자리로 나눠 보세요. 볕 좋은 곳에는 상추나 쑥갓을 조금 촘촘히, 그늘진 곳에는 간격을 넉넉히 두고 심어 보세요. 물도 밭 전체에 똑같이 주기보다 흙이 먼저 마르는 자리를 눈여겨보고 그곳에 더 주면 됩니다. 지난해 어느 이랑에서 잘 자랐는지 짧게 적어 두면, 그 몇 줄이 다음 봄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인공지능이 밭에서 하는 일도 이렇게 쌓인 기록을 읽고 견주는 일입니다.

올봄엔 심은 날짜와 간격, 볕의 방향을 작은 수첩에 적어 보세요. 그 기록이 내년 텃밭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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