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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도라지, 동의보감이 본 건강

환절기 목을 다독이던 뿌리, 동의보감은 폐(肺)와 인후로 가는 길로 보았습니다.

텃밭 한켠의 보랏빛 별

호미님, 여름 텃밭을 걷다 보면 보라색 별 모양 꽃이 톡 터지듯 피어 있는 자리를 만나실 때가 있습니다. 도라지꽃입니다. 꽃봉오리가 풍선처럼 부풀었다가 다섯 갈래로 갈라지며 피는 모습이 어찌나 단정한지, 관상용으로만 두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식탁에서 도라지는 꽃보다 뿌리로 더 친숙합니다. 명절 나물 한 접시, 새콤달콤한 도라지무침, 목이 칼칼할 때 달여 마시던 도라지차까지. 흙을 털어낸 희고 단단한 뿌리는 사철 어느 끼니에도 자연스럽게 끼어듭니다. 동의보감을 펼쳐 보면 이 익숙한 뿌리에 길경(桔梗)이라는 약재 이름이 붙어 있고, 그 쓰임이 제법 또렷하게 적혀 있습니다. 꽃 한 송이가 약재로 이름을 바꾸어 의서에 올라 있는 모습을 보면, 텃밭과 약장이 그리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의보감은 이렇게 보았습니다

동의보감과 본초서는 길경(桔梗)의 성질을 약간 차고, 일부 기록에서는 평하다고도 보았습니다. 맛은 맵고 쓰며, 약간의 독이 있다고 적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독'은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독성과는 결이 다릅니다. 사포닌 성분이 점막을 자극해 가래를 끌어올리는 강한 작용을 가리킨 표현으로 풀이됩니다.

쓰임을 보면 한층 흥미롭습니다. 동의보감은 길경을 폐(肺)와 인후에 작용하는 약재로 보아, 기침과 가래를 삭이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결리는 증상을 풀며 목의 통증을 다스리는 데 썼다고 기록했습니다. 원문에는 "治肺氣喘促, 下一切氣, 療咽喉痛, 及胸脇諸痛"이라 하여, 폐의 기운이 가쁜 것을 다스리고 온갖 기운을 내리며 목구멍의 통증과 가슴·옆구리의 여러 통증을 다룬다고 적혀 있습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길경의 독특한 위치입니다. 동의보감은 단심(丹心)을 인용해, 길경이 여러 약재를 폐로 끌어올려 아래로 가라앉지 않게 하는 '주즙지제(舟楫之劑)' — 배의 노와 같은 약 — 라고 보았습니다. 다른 약 기운을 위로 실어 나르는 손태음폐경의 인경약(引經藥)으로 이름이 높았던 셈입니다. 캐는 시기까지 적어 두어, 산중 어디에나 나며 이월과 팔월에 뿌리를 캐 볕에 말린다고 했습니다.

오늘의 영양학과 견주면

현대의 시선으로 보면 도라지에서 가장 주목받는 성분은 플라티코딘 계열의 사포닌입니다. 동의보감이 '가래를 끌어올리는 작용'으로 묘사한 그 거친 자극이, 오늘날에는 거담 작용을 설명하는 성분으로 연결되는 셈입니다. 옛 기록과 현대 분석이 같은 한 지점을 다른 언어로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다만 호미님께 솔직하게 전해 드리면, 플라티코딘 사포닌의 거담·항염·항바이러스 작용은 보고된 바가 있으나 대부분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근거는 아직 쌓이는 중입니다. 동의보감이 길경의 맛을 맵고 쓰다고 적은 대목도 떠올려 봅니다. 그 또렷한 맛과 자극이 옛사람에게는 폐로 가는 약 기운으로 읽혔고, 오늘의 우리에게는 성분 분석의 단서가 됩니다. 그러니 도라지를 두고 무엇을 낫게 한다고 단언하기보다는, 오랜 세월 폐와 목을 다독이는 식재로 곁에 두었던 전통의 지혜로 받아들이시는 편이 알맞겠습니다.

텃밭에서 식탁으로

길경은 약재이기 전에 오래도록 사철 먹어 온 나물이기도 합니다. 동의보감도 속방(俗方)을 인용해, 사람들이 도라지로 나물을 만들어 사철 늘 먹는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약과 반찬의 경계에 함께 서 있는 뿌리인 셈입니다.

집에서 즐기실 때는 손질이 절반입니다. 도라지 특유의 쓴맛은 굵게 찢어 소금물에 주물러 헹구면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그대로 무쳐 먹어도 좋고, 살짝 볶아 나물로 내어도 어울립니다. 목이 칼칼한 환절기에는 얇게 저며 꿀에 재워 두었다가 따뜻한 물에 풀어 마시는 분도 많습니다.

한 가지만 곁들여 두겠습니다. 동의보감이 적은 '약간의 독'은 그만큼 자극이 또렷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평소보다 많은 양을 한꺼번에 드시면 속이 부대낄 수 있으니, 일상 식재로 즐기는 선이 무난합니다. 텃밭에서 거둔 보랏빛 꽃의 뿌리가 식탁 위 한 접시로 옮겨 오는 과정, 그 안에 옛 의서가 눈여겨본 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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