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Ylanite Koppens on Pexels

건강

《동의보감》이 과일의 으뜸으로 꼽은 밤, 오늘 텃밭에서 다시 보기

따뜻하고 짜며 독이 없다고 적은 옛 기록과 전분·비타민 C 수치를 나란히 놓고, 9~10월에 거두고 먹는 법을 살핍니다

북반구에서는 9월 중순이 되면 텃밭 옆 산책로에 가시 돋친 밤송이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발끝으로 송이를 벌리면 반들반들한 알밤이 한 알에서 세 알까지 나옵니다. 밤나무(Castanea crenata)는 동아시아에서 오래 길러 온 큰 나무라 화분에서는 기르지 못합니다. 그래도 거두는 달인 9~10월이면 텃밭지기의 식탁에도 밤이 자주 오르죠.

《동의보감》이 적은 밤

《동의보감》은 밤을 果部(과일 편)에 栗子(율자)라는 이름으로 실었습니다. 율자는 밤나무 열매, 곧 지금 흔히 먹는 그 밤입니다. 원문은 짧게 "性溫 味鹹 無毒"이라 적었습니다.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짜며 독이 없다는 뜻입니다. 과일 가운데서는 밤을 으뜸으로 꼽았습니다.

먹고 두는 법도 함께 실었습니다. 볕에 널어 말리는 법, 축축한 모래에 묻어 봄까지 두는 법, 잿불에 묻어 굽는 법입니다. 원문 풀이는 호미클럽 동의보감 밤(栗子) 항목에서 이어 읽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내용은 옛 의서의 기록이며 현대 의학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따뜻한 성질이라는 표현을 오늘의 효능 설명으로 그대로 옮기지는 않습니다.

성분표로 본 밤, 곡물에 가까운 열매

현대 영양 분석으로 보면 밤은 다른 견과류와 성분이 다릅니다. 호두나 아몬드는 지방이 많은 편이지만, 밤은 지방이 2% 안팎으로 견과류 가운데 낮은 편입니다. 대신 생밤 100 g에 전분이 30 g 이상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성분만 보면 곡물 쪽에 가깝고, 밥이나 빵처럼 열량을 내는 먹을거리로 볼 수 있습니다.

비타민 C도 눈에 띕니다. 생밤 100 g에 25 mg 내외가 들어 있는데, 견과류에서는 드문 값입니다. 다만 이 수치가 알려 주는 것은 성분까지입니다. 이것만으로 밤이 몸에 어떤 작용을 한다고 말하기는 이릅니다.

옛 기록과 성분표, 같은 점과 다른 점

같은 점은 밤을 끼니에 가까운 먹을거리로 다뤘다는 데 있습니다. 《동의보감》이 말려 두는 법과 모래에 묻어 봄까지 두는 법을 적은 데서, 밤을 겨울 내내 두고 먹을 양식으로 여겼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오늘의 성분표도 밤을 전분이 많은 열매로 봅니다. 옛 저장법과 오늘의 수치가 이 점에서는 맞아떨어집니다.

다른 점도 있습니다. 따뜻한 성질·짠맛·독 없음은 옛 의서가 약재를 나누던 기준이고, 지방·전분·비타민 C는 오늘 분석실에서 재는 수치입니다. 한쪽을 다른 쪽 말로 바꿔 읽을 수는 없습니다. 맛도 마찬가지입니다. 밤을 먹어 보면 단맛이 먼저 느껴지지만 옛 기록은 짜다고 적었습니다. 옛 의서의 맛 표기는 약재의 성질까지 함께 담기도 해서, 혀로 느끼는 맛과 다를 수 있습니다. 과일 가운데 으뜸이라는 평가 역시 성분 수치로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

밤나무를 심고 거두는 달

밤나무는 크게 자라는 나무라 베란다나 화분 텃밭에는 맞지 않습니다. 뒷마당이나 공동 텃밭 가장자리처럼 땅에 여유가 있을 때 심어 볼 만합니다. 심는 달은 북반구 기준 3월과 11월입니다. 11월은 가을에 거둔 씨밤을 바로 땅에 묻는 달로, 3월은 옛 저장법처럼 축축한 모래에서 겨울을 넘긴 씨밤을 심는 달로 볼 수 있습니다. 거두는 달은 9~10월이고, 밤송이가 저절로 벌어져 떨어진 알밤을 주우면 됩니다. 달력과 영양 수치는 호미클럽 밤 작물도감에 모아 두었습니다.

9월 식탁에 밤을 올리는 법

거둔 밤이나 햇밤은 익히는 방법에 따라 골라 먹어 보세요.

  • 생밤: 겉껍질과 속껍질을 벗겨 그대로 먹습니다. 도감의 비타민 C 수치는 생밤 기준입니다.
  • 군밤: 껍질에 칼집을 내고 구우면 잘 터지지 않습니다. 《동의보감》이 적은 잿불 굽기를 요즘 부엌에서는 오븐이나 팬으로 합니다.
  • 닭·소고기 조림: 밤을 넣고 조리면 전분이 국물을 머금으면서 단맛이 뱁니다. 고기 요리에 탄수화물이 더해져 한 냄비로 끼니가 됩니다.
  • 약밥: 찹쌀에 대추와 밤을 넣어 쪄 냅니다. 밤의 포슬한 식감이 찹쌀의 찰기와 대비를 이룹니다.
  • 밤밥: 쌀에 껍질 벗긴 밤을 얹어 짓습니다.

이번 주에 햇밤 한 봉지를 구해 보세요. 몇 알은 생으로 깎아 먹고, 몇 알은 닭조림에 넣고, 남은 몇 알은 옛 기록대로 축축한 모래에 묻어 봄까지 두어 보세요.

이 글 공유하기
0% 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