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나란히 둔 바질 화분을 떠올려 보세요. 같은 씨앗을 같은 날 심었는데 한쪽은 잎이 무성하고, 다른 한쪽은 잎 몇 장에서 자람이 멈춰 있습니다. 물은 똑같이 주었는데도 그렇습니다. 두 포기를 가른 것은 대개 뿌리가 받아들인 양분입니다.
수경재배로 바질을 기른 한 연구에서 이 차이가 뚜렷했습니다. 정수한 물만 준 포기와 양액을 제대로 챙겨 준 포기를 견주었더니, 잎이 넓은 '레터스리프'는 약 43배, 자줏빛 '퍼플오팔'은 약 60배 많은 잎을 거두었습니다. 물만 주면 바질은 겨우 버티는 정도였습니다.
물만으로는 바질이 자라지 않습니다
바질은 잎을 먹는 채소라, 새 잎을 계속 내려면 질소를 비롯한 여러 양분이 꾸준히 필요합니다. 물만 주면 씨앗에 담긴 힘으로 잠깐 버틸 뿐, 새 잎을 낼 양분이 없습니다. 연구에서 수확량이 가장 많았던 쪽은 미네랄 양액, 그리고 유기물을 섞은 양액을 준 포기였습니다.
잎 색에서도 차이가 드러납니다. 잘 먹인 포기일수록 초록이 짙었는데, 광합성을 맡는 색소인 엽록소가 그만큼 많아진 결과입니다. 짙은 초록 잎은 햇빛을 잘 받아들여 다시 새 잎을 내는 힘으로 이어집니다. 자줏빛 퍼플오팔에서 엽록소가 가장 많이 쌓였습니다.
품종마다 먹는 방식이 다릅니다
같은 양액을 주어도 품종에 따라 결과가 갈렸습니다. 퍼플오팔은 레터스리프보다 잎을 더 많이 냈고, 잎의 밀도도 높았으며, 비타민C도 더 많이 품었습니다. 어느 양액이 어느 품종과 잘 맞는지도 제각각이라, 가장 많은 수확을 낸 양액이 두 품종에서 서로 달랐습니다.
그러니 화분에 올릴 바질을 고르실 때 품종과 먹이를 함께 생각해 보세요. 향과 색을 즐기고 싶다면 자줏빛이 도는 품종을, 요리에 넉넉히 쓰고 싶다면 잎이 큰 품종을 고르는 식입니다.
향과 영양을 함께 키웁니다
양분을 넉넉히 받은 바질은 잎만 커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질 특유의 향을 내는 방향 성분이 더 많이 쌓였고, 비타민C도 늘었습니다. 잘 먹인 포기가 더 진한 향과 더 단단한 잎을 냈다는 뜻입니다. 요리에 넣었을 때 향이 오래 남는 것도 이런 성분 덕입니다.
집에서 따라 하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 물만 주지 말고 잎채소용 양액을 권장 농도보다 옅게 타서 줍니다.
- 한 번에 진하게 주기보다 옅게 자주 주어야 뿌리에 무리가 없습니다.
- 향과 색을 즐기려면 자줏빛 품종, 요리용으로는 잎이 큰 품종을 고릅니다.
오늘 창가 바질에 맑은 물만 주고 계셨다면, 다음 물 줄 때부터 옅은 양액을 함께 챙겨 보세요. 두어 주 뒤면 잎의 크기와 향이 달라진 것을 손끝으로 느끼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