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텃밭에는 고추가 붉어지고 들깨가 여뭅니다. 같은 계절에 계피나무는 화분 안에서 자랍니다. 서리를 한 번 맞으면 죽는 열대 나무라, 겨울이 오는 곳에서는 땅에 심어 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화분 하나면 몇 해에 걸쳐 껍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껍질을 쓰는 늘푸른나무
계피는 녹나무과 나무의 껍질을 벗겨 말린 향신료입니다. 잎을 뜯거나 열매를 따는 작물과 달리 가지의 겉껍질을 벗겨 씁니다. 원산지는 중국이고, 지금은 인도네시아·베트남·스리랑카·인도에서 많이 기릅니다. 이 나라들은 모두 연중 따뜻하고 비가 많은 저지대입니다.
시장에서 파는 통계피는 대개 카시아입니다. 두꺼운 껍질이 한 겹으로 단단하게 말려 있습니다. 실론계피는 얇은 껍질이 여러 겹 겹쳐 있어 손으로도 잘 부서지고 향이 더 순합니다. 향과 알싸한 맛을 내는 물질은 신남알데하이드(cinnamaldehyde)로, 두 가지 모두 이 성분을 지니고 있습니다. 둘을 갈라 두는 이유는 쿠마린(coumarin)입니다. 카시아에는 이 성분이 많고 실론에는 거의 없습니다. 껍질에는 폴리페놀 계열인 프로안토시아니딘(proanthocyanidin)도 들어 있습니다.
심기 — 씨앗 대신 묘목으로
도감에 적힌 심는 법은 묘목 옮겨심기입니다. 북반구 기준 4~5월, 밤 기온이 15℃ 아래로 내려가지 않을 무렵 화분에 옮겨 심습니다. 생육 적온은 22~30℃입니다.
화분은 깊이가 있는 것으로 고르고 물이 잘 빠지는 흙을 씁니다. 비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나무지만, 화분 안에 물이 고이면 뿌리가 상합니다. 첫해에는 크게 자라지 않으니 작은 화분에서 시작해 해마다 한 치수씩 옮겨 심어 보세요.
돌보기 — 15℃에서 갈립니다
자라는 온도 범위는 15~35℃입니다. 15℃ 밑으로 떨어지면 자람이 느려지고, 서리를 한 번 맞으면 죽습니다. 그래서 가을 밤 기온이 15℃에 가까워지면 실내로 들이세요. 한국 중부 기준으로는 10월 중순 무렵입니다.
겨울에는 볕이 드는 창가에 두고 흙 표면이 마르면 물을 줍니다. 난방을 켠 방은 공기가 건조하니 잎에 물을 뿌려 주세요. 원래 자라는 곳이 습한 저지대라 실내 습도가 낮으면 잎이 상합니다.
거두기 — 수액이 오르는 때
잎채소는 해 길이와 기온으로 거둘 때를 잡습니다. 계피는 껍질을 쓰는 나무라 해 길이가 때를 정하지 않습니다. 껍질이 잘 벗겨지는 시기는 수액이 오르는 우기입니다. 화분에서는 물을 넉넉히 주어 새 잎이 돋는 때가 여기에 가깝습니다.
여러 해를 길러 가지가 굵어진 뒤 한 가지씩 잘라 껍질을 벗깁니다. 벗긴 껍질은 그늘에 널어 두면 마르는 동안 저절로 둥글게 말려 들어갑니다. 《동의보감》 목부(木部)에는 계피(桂皮)로 실려 있습니다. 음력 이월·팔월·시월에 껍질을 벗겨 그늘에 말리고, 쓸 때는 거친 겉껍질을 긁어낸다고 손질법을 적어 두었습니다. 그늘에 말리고 겉껍질을 긁어내는 손질은 지금과 같습니다.
얼마나 먹을까요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쿠마린의 일일섭취허용량을 체중 1kg당 0.1mg으로 정해 두었습니다. 몸무게 60kg이면 하루 6mg입니다. 계피가루를 숟갈 단위로 날마다 먹는 것은 피하세요. 향을 얹는 정도로 쓰면 이 선 안에 들어옵니다.
- 수정과는 통계피와 생강을 따로 끓여 합칩니다. 처음부터 같이 끓이면 생강의 매운맛이 세져 계피 향이 잘 나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곶감을 띄우세요.
- 커피나 데운 우유에는 한 꼬집이면 충분합니다. 갈아 둔 가루는 향이 빨리 빠지니 통계피를 그때그때 갈아 쓰세요.
- 고기 조림이나 카레에는 통계피 한 조각을 처음에 넣어 기름에 한 번 볶습니다. 다 되면 건져 냅니다.
옛 기록에는 계피가 파를 만나면 물러져 파즙으로 달이면 물이 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임신했을 때를 조심하라는 금기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옛 의서에 남은 기록이며, 오늘날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오늘은 화분 자리부터 정해 보세요. 겨울에 볕이 드는 창가 한 곳을 비워 두면, 4~5월에 들여올 묘목이 첫해를 넘깁니다.
출처: 《동의보감》 목부(木部) 계피(桂皮) · 유럽식품안전청(EFSA) 쿠마린 평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