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텃밭에는 남은 것이 많지 않습니다. 고추대는 걷어 냈고 배추는 이제 속이 차는 중인데, 밭 귀퉁이 국화 포기만 뒤늦게 봉오리를 벌립니다. 흰 꽃잎이 몇 겹으로 열리고 가운데 꽃술은 노랗게 남습니다. 이 꽃을 따서 말려 차로 우려도 되느냐는 물음이 이맘때면 자주 들어옵니다.
꽃빛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흰 꽃이 피는 국화과 식물은 여럿이고, 그중에는 마시면 안 되는 것도 섞여 있습니다. 잎 모양과 그 포기를 어떻게 얻었는지까지 봐야 답이 갈립니다.
꽃술이 노랗게 남는 흰 꽃
흰국화(Chrysanthemum morifolium)는 가을에 흰 꽃을 피우는 국화입니다. 줄기와 잎은 노란 국화와 다르지 않고 꽃빛만 희며, 꽃술은 노랗게 남습니다. 중국·한국·일본·대만에서 많이 기르고, 꽃을 따 말려 차로 우립니다.
《동의보감》 초부(草部)에는 백국화(白菊花)가 실려 있고 한글 이름을 '흰 국화'라 적었습니다. 줄기와 잎은 서로 비슷하고 오직 꽃만 희다고 했습니다. 생김새는 잎이 크고 쑥잎을 닮았으며, 줄기는 푸르고 뿌리는 가늘며, 꽃은 희고 꽃술은 노랗다고 적었습니다. 성질이 평하고 맛이 매우며 독이 없다고 했고, 음력 8~9월에 꽃을 거두어 볕에 말린다고 했습니다. 옛 의서의 서술이므로 오늘날의 판단 기준과는 다릅니다. 다만 잎과 꽃술을 함께 보라는 대목은 지금 밭에서도 그대로 쓸 만합니다.
원문이 백국화를 따로 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줄기와 잎이 서로 비슷하고 꽃만 희다는 점을 들어 노란 국화와 갈라 적었습니다. 오늘날에도 흰 꽃 국화와 감국은 따로 다룹니다. 이름과 구분에 관한 기록이므로 효능을 가르는 근거로 읽지는 않습니다.
흰 꽃이 핀다고 같은 무리는 아닙니다
제충국(Tanacetum cinerariifolium)은 살충 성분을 얻으려고 심는 다른 종입니다. 흰 꽃이 피지만 차로 쓰지 않습니다. 구절초도 흰 꽃이 피는 다른 무리입니다. 꽃빛만 보고 재료로 삼지 마시고, 잎 모양과 이름표를 함께 살펴보세요. 확신이 서지 않으면 따지 않습니다.
포기의 내력도 함께 봅니다. 꽃집 화분과 화단의 관상용 국화는 기르는 동안 약을 친 것이 대부분이라 차로 쓰지 않습니다. 장례식장이나 행사에 쓰인 꽃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실 꽃은 처음부터 먹을 목적으로 심어 기른 포기에서만 땁니다. 이웃에게 얻어 온 포기라면 어디서 온 것인지 물어 두고, 밭에 심을 때 이름표를 함께 꽂아 두세요. 꽃이 필 무렵에는 잎만 보고 되짚기가 어렵습니다.
심는 달, 순 지르는 달, 따는 달
북반구 기준으로 4~5월에 모종을 심습니다. 6~7월에 순을 두어 번 질러 주면 가지가 갈라져 꽃이 많이 붙습니다. 꽃은 10~11월에 땁니다. 남반구라면 계절을 반대로 놓고 보면 됩니다.
딴 꽃은 그늘에서 바싹 말려 밀폐해 둡니다. 옛 기록은 볕에 말린다고 적었습니다. 다만 그늘에서 말리면 꽃잎 색과 향이 덜 상합니다. 손으로 만졌을 때 부스러질 만큼 마른 뒤에 담아야 보관하는 동안 눅눅해지지 않습니다. 담은 통은 볕이 들지 않는 곳에 두세요.
말린 꽃을 우리는 순서
말린 꽃 서너 송이에 뜨거운 물을 붓고 1분 안에 따라 냅니다. 오래 우리면 쓴맛이 올라오므로 두세 번에 나눠 우리는 편이 낫습니다. 두 번째 우린 물의 향이 가장 곱다는 말이 흔하고, 세 번째부터는 맛이 옅어집니다. 구기자나 대추를 몇 알 함께 넣으면 단맛이 얹혀 마시기 수월해집니다. 대추는 씨를 빼서 넣고, 국화는 나중에 넣어 짧게만 우려 보세요. 쓴맛이 남으면 다 우린 뒤 조금 식혀 꿀을 한 숟갈 풉니다. 뜨거울 때 넣을 때보다 향이 남습니다.
우린 물에서는 클로로겐산과 루테올린·아피게닌 계열 플라보노이드가 검출된다는 식품 분석이 있습니다. 성분 조성을 살핀 분석이지 질병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잔을 들었을 때 올라오는 향은 정유 성분에서 나옵니다.
국화는 국화과 식물입니다. 쑥이나 돼지풀 꽃가루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국화과에 함께 반응하기도 합니다. 처음 마실 때는 아주 연하게 우려 한 모금만 마셔 보시고, 입안이 붓거나 두드러기가 오르면 즉시 멈추고 진료를 받으세요. 아이에게 먼저 권하지 않고, 준다면 연하게 우립니다.
오늘은 밭에 선 국화 포기부터 짚어 보세요. 잎이 크고 쑥잎을 닮았는지, 꽃술이 노랗게 남는지, 그 포기를 언제 어디서 심었는지를 확인하면 딸지 말지가 정해집니다. 생육 달력과 성분 기록은 흰국화 작물 도감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