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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개암 한 알, 《동의보감》의 기록과 오늘의 먹는 법

산기슭에 흔한 열매를 옛 의서는 어떻게 적었고, 지금의 성분표는 무엇을 덧붙이는지 나란히 읽습니다

8월 말이면 개암나무 가지 끝에서 잎처럼 생긴 껍질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그 안에 갈색 껍데기를 쓴 열매가 한두 알씩 들어 있습니다. 북반구 기준 8~9월이 거두는 때이니, 텃밭 가장자리나 울타리 옆에 개암나무를 심어 둔 곳이라면 지금이 살펴볼 때입니다.

《동의보감》에 적힌 개암

《동의보감》 과부(果部)에는 개암이 진자(榛子)로 실려 있습니다. 곳곳에 흔하니 음력 6~7월에 따서 껍질을 벗겨 먹는다고 적었습니다. 음력 6~7월은 오늘 달력으로 대체로 7월에서 8월에 걸칩니다. 병을 다스리는 긴 처방보다 거두는 때와 먹는 법을 짧게 적어 둔 쪽에 가깝습니다.

한 가지는 짚고 갑니다. 이 내용은 옛 의서의 기록이며, 현대 의학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원문에 적힌 말을 오늘의 효능 설명으로 옮겨 읽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표제와 원문 풀이는 《동의보감》 개암 항목에 한 줄씩 옮겨 두었으니 옛 표기가 궁금하면 확인해 보세요.

산기슭과 들 가장자리에 저절로 자라던 나무입니다. 한국에서는 산길에서 주워 먹던 열매로 남아 있고, 유럽에서는 같은 갈래를 헤이즐넛이라 부르며 오래 길러 왔습니다.

오늘의 성분표는 무엇을 더 말할까요

개암의 지방은 대부분 올레산이라는 단일불포화지방산입니다. 여기에 지용성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 E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단백질은 견과류 가운데 중간 수준이고, 마그네슘과 식이섬유가 있어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이 오래갑니다.

헤이즐넛을 포함한 견과를 식단에 꾸준히 넣었을 때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핀 연구가 있습니다. 다만 견과를 더 얹어 먹을 때보다, 다른 간식을 대신했을 때 관찰된 결과라는 점은 함께 봐야 합니다. 예방과 도움 수준으로 읽는 편이 맞습니다.

옛 기록과 겹치는 곳은 먹는 방법입니다. 껍질을 벗겨 그대로 먹는 방식은 지금 권하는 방법과 같습니다. 갈라지는 곳은 양입니다. 옛 기록에는 하루에 얼마를 먹으라는 말이 없지만, 지방이 많은 견과이므로 한 번에 먹을 양을 미리 덜어 두고 드시는 편이 좋습니다.

무엇과 같이 먹을까요

  • 커피·카카오 — 볶은 개암의 향은 카카오와 커피의 쓴맛에 잘 어울립니다. 유럽에서 헤이즐넛 초콜릿이 자리 잡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집에서는 굵게 다져 다크 초콜릿에 섞어 보세요.
  • 요거트·샐러드 — 다져서 뿌리면 식감과 지방이 함께 더해집니다. 채소의 지용성 비타민이 흡수되려면 지방이 필요합니다. 미리 다져 두면 향이 날아가니 먹기 직전에 부숴 주세요.
  • 통곡물빵 — 통밀이나 호밀 반죽에 넣으면 고소한 향이 곡물 향과 겹칩니다. 굽는 동안 한 번 더 볶이므로 미리 볶지 않아도 됩니다. 반죽 무게의 10~15%가 적당합니다.

심는 달과 거두는 달

개암나무는 북반구 기준 3월이나 11월에 심습니다. 잎이 나기 전 이른 봄, 또는 잎이 진 늦가을에 옮겨 심으면 뿌리가 덜 상합니다. 산기슭과 들 가장자리에 흔하게 자라는 나무여서 흙을 크게 가리지 않습니다. 텃밭 한가운데보다 가장자리나 울타리 쪽에 두면 그늘 걱정도 줄어듭니다.

거두는 때는 8~9월입니다. 바깥 껍질이 갈색으로 바뀌고 손으로 눌렀을 때 열매가 쉽게 빠지면 딸 때입니다. 딴 뒤에는 껍질을 벗겨 그늘에서 말려 두세요. 심는 달과 거두는 달, 성분과 궁합은 작물 도감의 개암 항목에 함께 정리해 두었습니다.

오늘은 볶은 개암을 굵게 다져 작은 병에 덜어 두고, 내일 아침 요거트에 한 숟갈 얹어 보세요. 산기슭에서 개암나무를 봐 두었다면 11월에 한 그루 옮겨 심는 일정도 적어 두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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