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Irina Iriser on Pexels

동의보감

미나리, 동의보감이 본 건강

봄물 오른 미나리 한 단, 동의보감은 갈증을 풀고 술독을 다스리는 채소로 보았습니다.

텃밭 도랑가에서 만나는 미나리

호미님, 봄이 깊어지면 물길 가까운 텃밭 한켠이 유난히 푸르게 변합니다. 미나리가 올라오는 자리입니다. 손으로 한 줄기 꺾어 코에 대면 물내 섞인 풋풋한 향이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데쳐서 무치면 밥상이 산뜻해지고, 매운탕에 한 줌 넣으면 국물 맛이 한결 깔끔해집니다.

미나리는 마른 땅보다 물기 많은 자리를 좋아합니다. 동의보감도 이 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미나리의 옛 이름을 수영(水英)이라 적고, "물속에서 자란다(生水中)"고 했습니다. 잎은 천궁(芎藭)을 닮았고 꽃은 희며 열매는 맺지 않고, 뿌리도 흰색이라고 모양까지 꼼꼼히 기록해 두었습니다. 텃밭에서 늘 보던 그 미나리를 옛 의서가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보았다고 생각하면, 흔한 나물이 조금 달리 보입니다.

동의보감은 이렇게 보았습니다

동의보감은 미나리(水芹, 수근)의 성질을 평(平)하다고 적었습니다. 따뜻하지도 차지도 않은 무던한 성질이라는 뜻인데, 한편으로는 차다(寒)는 견해도 함께 실어 두었습니다. 맛은 달고(甘) 독이 없다(無毒)고 했으니, 두루 먹기에 부담 적은 채소로 본 셈입니다.

효능을 적은 대목이 흥미롭습니다. 먼저 번갈(煩渴)을 그치게 한다고 했습니다. 입이 마르고 속이 답답하며 갈증 나는 증상을 풀어 준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어 정신을 기르고 정(精)을 더해 사람을 살찌고 튼튼하게 한다(養神益精, 令人肥健)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살찐다는 말은 군살이 아니라 몸이 여위지 않고 건실해진다는 옛 표현으로 읽힙니다.

술과 관련한 기록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동의보감은 미나리가 술 마신 뒤의 열독(酒後熱毒)을 다스린다고 적었습니다. 또 대장과 소장을 잘 통하게 하고(利大小腸), 다섯 가지 황달(五種黃疸)을 다스린다고 했습니다. 여자의 붕중대하(崩中帶下)와 어린아이의 갑작스러운 열(小兒暴熱)에 쓴다는 기록도 함께 있습니다.

성질이 가는 곳으로는 폐·위·간을 꼽았고, 특히 간의 해독과 이어 두었습니다. 동의보감 계통의 전통에서 미나리를 황달이나 간이 상한 회복기에 곁들이던 흐름과도 통합니다. 또 다른 이름인 사근(渣芹)에 대해서는 정신을 기르고 혈맥을 보하며 입맛을 돋운다(養精神, 保血脉, 嗜飮食)고 덧붙였는데, 봄여름에 베어 먹은 뒤 다시 돋은 연한 미나리로 짐작한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오늘의 영양학과 견주면

옛 기록을 현대의 눈으로 살피면 겹치는 자리가 보입니다. 동의보감이 번갈을 풀고 대소장을 통하게 한다고 본 대목은, 미나리가 수분과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라는 점과 무리 없이 이어집니다. 술독을 다스린다는 기록 역시 미나리 즙을 숙취 해소 민간 처방으로 써 온 한국·중국·일본의 오랜 습관과 맞닿아 있습니다.

간 해독과 황달을 다스린다고 본 관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현대 연구에서도 미나리의 간 보호 효과가 일부 보고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참고이고, 미나리를 먹으면 간병이 낫는다고 단정할 일은 아닙니다. 동의보감의 기록과 오늘의 자료가 한 방향을 가리킨다는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충분합니다.

텃밭에서 식탁으로

먹는 법은 여러 갈래입니다. 생으로 샐러드나 쌈에 곁들여도 좋고, 살짝 데쳐 무침으로 내도 향이 삽니다. 미나리국, 즙, 김치, 전까지 두루 어울립니다. 동의보감도 김치(虀葅)나 데쳐 먹는 법, 날로 먹는 법을 모두 적으며 어느 쪽이든 좋다고 했으니, 호미님 입맛대로 즐기시면 됩니다.

다만 텃밭 밖 물가에서 자생 미나리를 직접 캘 때는 한 가지만 당부드립니다. 야생 미나리는 독미나리(Cicuta virosa)와 모양이 매우 닮았습니다.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자생 미나리는 채집을 삼가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산형과 채소에 알레르기가 있는 분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봄 도랑가의 미나리 한 단에 옛 의서가 이만한 이야기를 담아 두었습니다. 다음에 미나리를 다듬으실 때, 갈증을 풀고 술독을 다스리던 옛사람의 손길을 한번 떠올려 보셔도 좋겠습니다.

이 글 공유하기
0% 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