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가 두어 번 내린 밭에 나가 보면, 배추가 포기로 서 있지 않고 흙에 바짝 붙어 잎을 둥글게 펴고 있습니다. 속은 비어 있고 잎끝은 살짝 말려 올라갔습니다. 9월이나 10월에 씨를 넣어 그 자리에서 겨울을 난 봄동입니다. 거두는 때는 2월에서 4월 사이입니다. 여기 적은 달은 북반구 기준입니다.
같은 배추인데 속이 차지 않습니다
봄동의 학명은 Brassica rapa subsp. pekinensis로, 김장에 쓰는 결구 배추와 같습니다. 김장 배추를 떠올리면 속이 단단히 찬 모습이 먼저 그려집니다. 분류가 같은데 밭에서 보이는 모습이 갈리는 이유는 심는 때와 거두는 때에 있습니다. 결구 배추는 8월 하순께 심어 11월에 거두고, 그동안 안쪽 잎이 서로 겹치며 속을 채웁니다. 봄동은 9~10월에 씨를 넣어 기온이 내려가는 동안 자라며, 속을 채우는 대신 잎을 옆으로 넓게 폅니다. 중국·한국·일본에서 많이 기릅니다. 겨울이 깊게 얼어붙지 않는 서늘한 지역이면 노지에서 그대로 겨울을 납니다.
겨울을 견딘 잎에 단맛이 도는 까닭
봄동 잎을 생으로 씹으면 늦가을 배추보다 단맛이 또렷합니다. 추위를 견디는 동안 잎에 당이 쌓이기 때문입니다. 기온이 내려가면 식물은 잎 안의 물이 어는 것을 늦추려고 당의 농도를 높입니다. 그렇게 남은 당을 사람이 단맛으로 느낍니다. 그래서 같은 밭이라도 2월에 뜯은 잎이 11월에 뜯은 잎보다 달게 느껴집니다. 겨울이 유난히 포근했던 해에는 이 맛이 덜합니다.
넓게 편 잎이 지니는 것
속을 채우지 않은 만큼 잎 하나하나가 겨울 햇빛을 그대로 받습니다. 진한 녹색 잎에는 베타카로틴(beta-carotene)과 루테인(lutein)·제아잔틴(zeaxanthin) 같은 카로티노이드(carotenoid)가 들어 있고, 루테인과 제아잔틴은 눈 안쪽 망막의 황반에 모입니다. 신선한 잎을 구하기 어려운 늦겨울과 이른 봄에, 비타민 C와 엽산(folate)을 지닌 채소로 상에 올랐습니다.
양배추·케일과 한 무리인 십자화과 채소여서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e)와 그 분해 산물인 이소티오시아네이트(isothiocyanate)도 들어 있습니다. 다만 이 잎을 먹어 어떤 병을 막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식이섬유는 소화되지 않은 채 대장까지 가서 부피를 더합니다. 확인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성분과 심고 거두는 달을 더 보고 싶다면 봄동 작물 도감을 펼쳐 보세요.
열을 짧게 주고 드셔 보세요
단맛과 비타민 C는 높은 열에 오래 두면 줄어듭니다. 그래서 오래 끓이는 국거리보다 겉절이나 무침이 이 잎에 잘 맞습니다. 데칠 때도 끓는 물에 30초 안팎만 담갔다가 바로 찬물에 헹궈 보세요. 잎이 무르지 않고 아삭함이 남습니다.
- 기름을 한 숟갈 더하기 — 참기름이나 들기름에 다진 마늘을 섞어 무칩니다. 카로티노이드는 지용성이라 기름과 함께 먹을 때 흡수가 좋아집니다.
- 된장 무침 — 짭짤한 감칠맛이 잎의 단맛을 더 또렷하게 합니다.
- 고추장·식초 겉절이 — 매콤하고 새콤한 양념이 부드러운 맛과 균형을 이룹니다.
- 굴이나 조개 무침 — 굴에 든 아연을 같은 접시에서 함께 얻습니다.
- 두부 무침 — 부드러운 두부를 으깨 넣으면 식물성 단백질이 더해집니다.
- 쌈 — 잎이 연해서 데치지 않고 그대로 싸도 됩니다.
먹는 양을 일정하게 두면 좋은 경우
날마다 먹는 반찬 정도의 양이라면 따로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 다만 글루코시놀레이트는 많이 먹으면 갑상선 호르몬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일부 방해할 수 있습니다. 잎에 든 비타민 K는 항응고제와 서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칼륨은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 부담이 됩니다. 갑상선 질환이 있거나 항응고제를 드시거나 신부전을 앓고 있다면, 갑자기 늘렸다 줄였다 하는 대신 한 번에 먹는 양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세요.
북반구 기준으로 9월에서 10월 사이에 씨를 한 줄 넣어 두면 별다른 돌봄 없이 겨울을 지나 2월부터 잎이 올라옵니다. 이번 주말 밭에 한 줄만 그어 씨를 뿌려 보세요. 늦겨울에 손으로 뜯은 잎을 그날 저녁에 무쳐 먹으면, 단맛이 가장 진할 때를 놓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