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텃밭에서 동부는 지지대를 타고 끝까지 올라갑니다. 꼬투리가 손가락 길이만큼 자라면 한 주에 두어 번씩 따게 됩니다. 그런데 꼬투리를 갈라 보면 씨앗 자리에 구멍이 나 있거나 안쪽이 검게 변한 것이 섞여 나옵니다. 꽃이 필 무렵부터 붙은 노린재와 나방 애벌레가 먼저 다녀간 자국입니다. 동부의 원산지인 서아프리카에서는 이 피해로 한 해 수확량이 절반 아래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벌레가 덜 먹는 동부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Bt 동부입니다. 흙 속에 흔한 세균인 바실루스 투린기엔시스(Bacillus thuringiensis)가 만드는 단백질을 동부가 스스로 만들도록 유전자를 넣은 품종입니다. 이 단백질은 꼬투리를 파먹는 나방 애벌레의 소화기관에만 작용합니다. 유기농 재배에서 쓰는 Bt 미생물 농약과 같은 세균에서 나왔지만, 밭에 뿌리는 대신 작물 안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이 다릅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2019년부터 농가에 보급되어 심고 거둡니다. 국내 텃밭에서 씨앗을 구할 수 있는 품종은 아닙니다.
씨앗 속에 무엇이 들어 있었나
최근 한 국제 학술지에 Bt 동부 종자를 성분별로 분석한 연구가 실렸습니다. 씨앗을 세 가지 용매로 나눠 뽑은 뒤 영양소와 식물 성분, 항산화·항균 반응을 차례로 쟀습니다.
- 단백질이 22% 남짓으로 콩류다운 수준을 지켰고, 탄수화물은 59% 안팎이었습니다.
- 미네랄 가운데는 아연이 가장 많았고 철이 뒤를 이었습니다. 둘 다 곡물 위주 식단에서 모자라기 쉬운 성분입니다.
- 항산화 성분인 플라보노이드가 5% 수준으로 잡혔고 사포닌도 확인됐습니다. 알칼로이드와 배당체는 적었습니다.
- 에탄올로 뽑은 추출물은 살모넬라균과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대장균의 증식을 시험관에서 억제했습니다.
다만 시험관 결과가 사람 몸에서 그대로 재현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항균 반응은 배지 위에서 관찰된 것이고, 삶은 동부를 밥에 넣어 먹었을 때 같은 일이 벌어지는지는 이 연구가 답하지 않습니다. 이 연구가 알려 주는 범위는 좁습니다. 벌레 저항성 유전자를 넣은 뒤에도 동부 씨앗의 단백질과 미네랄, 항산화 성분이 크게 줄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근거가 탄탄한 쪽은 동부가 원래 단백질과 아연·철이 넉넉한 콩이라는 사실이고, 항균·항산화 쪽은 아직 실험실 단계입니다.
텃밭 동부, 이렇게 챙겨 보세요
우리 텃밭에 심는 동부는 Bt 품종이 아니지만, 씨앗의 영양은 같은 종 안에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벌레 피해는 심는 시기와 손질로 줄일 수 있습니다.
- 6월 중순에 심으면 노린재가 몰리는 시기를 조금 비껴갑니다. 꽃이 피는 동안 이틀에 한 번 꼬투리를 살펴보고, 검게 변한 것은 바로 따서 버리세요.
- 풋동부는 꼬투리째 데쳐 나물로 무치고, 여문 씨앗은 하룻밤 불려 밥에 안치면 됩니다. 사포닌 때문에 생으로는 드시지 말고 충분히 익혀 주세요.
- 아연과 철은 비타민 C와 함께 먹을 때 흡수가 올라갑니다. 동부밥에 겉절이나 파프리카 한 조각을 곁들여 보세요.
오늘 텃밭에 나가면 동부 꼬투리 아래쪽부터 살펴보세요. 색이 흐려지고 씨앗 자리가 도드라진 것을 먼저 따면, 벌레가 들어앉기 전에 거둘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