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한 귀퉁이에서 만나는 우엉
호미님, 우엉은 텃밭에서 좀처럼 표시가 나지 않는 작물입니다. 잎은 넓게 퍼지지만 정작 우리가 먹는 부위는 땅속 깊이 내려간 뿌리라, 수확할 때면 호미보다 삽이 필요할 만큼 한참을 파 내려가야 합니다. 그렇게 캐 올린 길쭉한 뿌리를 흐르는 물에 씻으면 특유의 흙냄새와 함께 갈색 껍질이 드러납니다. 채 썰어 조림으로 올리거나, 얇게 저며 김밥 속에 넣어 본 호미님이라면 그 아삭하고 구수한 맛을 기억하실 겁니다.
우엉은 키우기에 까다로운 작물은 아닙니다. 다만 뿌리가 곧고 길게 자라려면 흙이 깊고 부드러워야 해서, 돌이 많은 텃밭에서는 뿌리가 갈라지거나 휘기 쉽습니다. 그래도 한 해 정성을 들이면 깊은 가을, 서리가 내릴 무렵 가장 야무진 뿌리를 거둘 수 있습니다.
식탁에서는 이렇게 뿌리로 만나지만, 옛 의서가 약으로 주목한 부위는 조금 달랐습니다. 동의보감이 우엉을 어떻게 보았는지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동의보감은 이렇게 보았습니다
동의보감은 우엉의 열매인 우방자(牛蒡子)를 약재로 다루었습니다. 우방자는 악실(惡實)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는데, 본초서는 이 열매를 맛이 쓰고 때로 맵기도 하며 성질이 차고 독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뿌리가 아니라 씨앗에 가까운 열매를 약으로 삼았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쓰임을 보면, 옛 사람들은 우방자를 풍열(風熱)을 식히는 데 주로 썼습니다. 목이 붓고 아픈 인후 질환, 두드러기처럼 피부가 헐고 가려운 증상, 그리고 부스럼의 독을 푸는 데 활용했다고 전합니다. 성질이 차다는 점은 곧 사용의 주의로도 이어집니다. 동의보감의 관점을 따른 본초서는 몸이 차거나 설사가 잦은 사람은 우방자를 과하게 쓰지 않도록 했습니다. 차가운 성질의 약재를 차가운 몸에 거듭 쓰면 균형이 무너진다고 본 셈입니다.
여기서 호미님께 한 가지 짚어 드리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동의보감이 기록한 효능은 어디까지나 열매인 우방자에 관한 전통적 관점입니다. 우리가 반찬으로 먹는 뿌리의 효능을 그대로 단언한 기록은 아니니, 옛 의서의 서술과 식탁의 우엉을 구분해서 받아들이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영양학과 견주면
그렇다면 우리가 실제로 먹는 우엉 뿌리는 현대의 시선에서 어떻게 보일까요. 우엉 뿌리에는 이눌린이라 불리는 식이섬유와 폴리페놀 성분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눌린은 장 속 환경과 관련해 주목받는 식이섬유이고, 폴리페놀은 항산화 측면에서 관심을 받는 성분입니다. 그래서 우엉은 장 건강과 항산화라는 키워드로 자주 언급되곤 합니다.
다만 호미님께 솔직하게 전해 드릴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성분이 사람의 몸에서 어떤 효과를 내는지에 대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근거는 아직 제한적입니다. 우엉이 무언가를 치료한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식이섬유가 넉넉한 채소 한 가지를 식탁에 더한다는 정도로 가볍게 여기시는 편이 균형 잡힌 태도일 겁니다.
옛 의서가 차가운 성질의 열매로 풍열을 다스렸다면, 오늘의 영양학은 뿌리의 식이섬유에 눈길을 둡니다. 바라보는 부위도, 풀이하는 언어도 다르지만, 우엉이라는 한 작물을 두고 시대마다 건강의 실마리를 찾아 온 흐름은 이어져 있습니다.
텃밭에서 식탁으로
수확한 우엉은 껍질을 너무 박박 벗기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향과 영양이 껍질 가까이에 모여 있다고 알려져 있으니, 칼등으로 가볍게 긁어 내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썰어 둔 우엉은 갈변이 빠르므로 식초를 몇 방울 떨군 물에 잠깐 담가 두면 색이 곱게 유지됩니다.
가장 친근한 활용은 역시 조림입니다. 채 썬 우엉을 간장과 약간의 단맛으로 졸이면 아삭한 식감이 살아 밑반찬으로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습니다. 얇게 저며 김밥이나 잡채에 넣어도 좋고, 무와 함께 국물을 내면 구수한 맛이 우러납니다. 차로 마시고 싶다면 말린 우엉을 살짝 볶아 끓여 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작은 주의 한 가지를 곁들이겠습니다. 동의보감이 우방자를 두고 성질이 차다고 본 점을 떠올리면, 평소 몸이 차거나 배탈이 잦은 호미님은 한 번에 많은 양을 드시기보다 적당히 즐기시는 편이 안심입니다. 텃밭에서 정성껏 캐 올린 우엉 한 줄기를, 옛 기록의 지혜를 곁눈질하며 천천히 식탁에 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