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쌀을 안치기 전, 그 위에 흑미 한 숟가락을 얹어 두는 집이 많습니다. 물을 부으면 쌀뜨물이 이내 보랏빛으로 물들죠. 씻을 때마다 색이 빠져나가는 것 같아 자꾸 헹구게 되지만, 그 진한 색깔이야말로 흑미와 적미가 품은 영양을 보여 줍니다. 흰쌀과 유색미를 가르는 첫 번째 차이가 바로 이 색소입니다.
색이 진할수록 색소가 많습니다
흑미의 검붉은 빛, 적미의 붉은 빛은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에서 나옵니다. 블루베리나 자색고구마를 물들이는 색소와 같은 종류죠. 벼가 이 색소를 얼마나 만드는지는 몇몇 유전자가 조절하는데, 햇빛과 온도, 거름 같은 자라는 환경에 따라 색의 진하기가 달라집니다. 같은 품종이라도 볕을 잘 받은 해에 더 짙은 낟알이 여무는 이유입니다.
흰쌀 대신 먹으면 무엇이 다를까요
유색미는 도정을 덜 해 겨층을 많이 남깁니다. 그 얇은 껍질에 영양이 몰려 있습니다. 흰쌀과 비교하면 아래 성분이 넉넉합니다.
- 저항성 전분: 흰쌀보다 천천히 소화돼 식사 뒤 혈당이 완만하게 오릅니다.
- 식이섬유와 단백질: 흰쌀보다 많아 포만감이 오래갑니다.
- 무기질과 비타민: 철분, 마그네슘 같은 성분이 더 들어 있습니다.
- 페놀 화합물과 GABA(감마아미노부티르산): 항산화 작용을 하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성분입니다.
몸에 주는 도움
여러 연구를 모은 최근 종합 논문에서는 유색미의 안토시아닌과 페놀 화합물이 몸속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 작용은 비교적 탄탄하게 확인된 편입니다.
여기에 더해 혈당과 혈중 지질을 조절하고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돕는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당뇨나 심혈관 질환, 일부 암의 위험을 낮추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여기서 나옵니다. 다만 이런 만성질환 예방 효과는 아직 더 밝혀져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유색미를 약처럼 여기기보다 매일의 밥으로 꾸준히 곁들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맛있게 안치는 법
영양이 겨층에 몰려 있으니 너무 박박 씻지 마세요. 가볍게 두어 번 헹구면 됩니다. 흑미는 낟알이 단단해 30분에서 한 시간쯤 물에 불려 두면 밥이 부드럽게 지어집니다. 흰쌀과 처음부터 섞기 부담스럽다면 흰쌀 세 컵에 유색미 한 숟가락으로 시작해 보세요. 색과 식감에 익숙해지면 비율을 조금씩 늘려 가면 됩니다. 물은 평소보다 아주 조금 넉넉히 잡아 주세요.
오늘 저녁 밥을 안칠 때 흑미 한 숟가락을 얹어 보세요. 씻을 때 빠져나가는 그 보랏빛이 아까웠다면, 이제는 밥 속으로 스며든 영양이라 여기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