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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아스파라거스, 동의보감이 본 건강

식용 아스파라거스는 동의보감에 또렷한 기록이 없습니다. 닮은 이름의 천문동(天門冬)과는 종이 다르니, 오늘은 그 경계부터 짚어 보겠습니다.

텃밭 한 귀퉁이의 손님

호미님, 아스파라거스를 길러 보신 적 있으신지요. 봄이면 흙을 뚫고 통통한 새순이 올라오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며칠 사이에 한 뼘씩 자라는 기세가 제법 듬직합니다. 한 번 뿌리를 내리면 여러 해 동안 같은 자리에서 순을 내어 주는 작물이라, 텃밭에서는 느긋하게 정을 들이는 채소로 통합니다.

데쳐서 올리브유에 살짝 볶거나, 베이컨에 돌돌 말아 굽거나, 샐러드에 곁들이는 그 초록 줄기. 식탁에서는 익숙하지만, 사실 아스파라거스(Asparagus officinalis)는 지중해와 서아시아에서 건너온 채소입니다. 우리 식문화에 자리 잡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의보감을 비롯한 한국 전통 의서를 펼쳐 보아도, 이 식용 아스파라거스 자체의 약효를 또렷이 적은 대목은 찾기 어렵습니다.

동의보감은 이렇게 봅니다 — 그리고 보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호미님께 솔직하게 말씀드릴 부분이 있습니다. 아스파라거스라는 이름을 들으면 한방의 천문동(天門冬)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더러 계십니다. 천문동은 동의보감에도 이름이 오르는 약재이고, 학명으로 보면 아스파라거스와 같은 속(屬)에 묶입니다. 이름도 비슷한 결을 풍기지요.

그런데 둘은 같은 속일 뿐, 종이 다릅니다. 천문동은 학명으로 Asparagus cochinchinensis라는 별개의 식물이고, 우리가 텃밭에서 길러 식탁에 올리는 식용 아스파라거스는 Asparagus officinalis입니다. 한방에서 천문동에 붙이는 자음(滋陰)이나 윤폐(潤肺) 같은 약효를, 식용 아스파라거스에 그대로 옮겨 붙이는 것은 정확한 설명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동의보감이 아스파라거스를 이러이러하게 보았다"고 단정해 드리지 않겠습니다. 기록이 뚜렷하지 않은 것을 있는 것처럼 꾸미는 일은 호미님께 정직한 안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닮은 이름에 기대어 효능을 빌려 오기보다는, 경계를 분명히 해 두는 편이 오히려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동의보감의 천문동 이야기는 천문동의 몫으로 남겨 두는 것이 옳겠습니다.

오늘의 영양학과 견주면

그러면 식용 아스파라거스는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정직할까요. 전통 약재의 틀을 억지로 씌우기보다, 현대 영양학의 눈으로 보는 편이 이 채소에는 더 어울립니다.

아스파라거스는 엽산이 비교적 넉넉한 채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아스파라긴이라는 아미노산이 들어 있는데, 사실 이 성분의 이름 자체가 아스파라거스에서 따온 것입니다. 더불어 루틴이라는 성분도 품고 있습니다. 이런 영양 구성으로 미루어, 여러 채소 가운데 한 자리를 챙겨 둘 만한 푸성귀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과하게 단정 짓지는 않으려 합니다. 어떤 채소든 한 가지를 두고 특정 효과를 장담하기보다는, 여러 가지를 골고루 먹는 식단의 한 조각으로 두는 편이 정직합니다. 아스파라거스 역시 그 흐름 안에서 제 몫을 하는 채소로 보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텃밭에서 식탁으로

호미님 댁 텃밭에서 거둔 새순이라면, 손질은 어렵지 않습니다. 밑동의 질긴 부분을 한 마디쯤 잘라 내거나 손으로 톡 부러뜨려 떼어 내면, 부드러운 윗부분이 남습니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짧게 데치면 초록빛이 한결 살아납니다. 오래 익히면 아삭함이 사라지니, 데치든 굽든 짧게 다루는 것이 요령입니다.

기름과 잘 어울려 살짝 볶거나 구워도 좋고, 데쳐서 그대로 샐러드에 올려도 산뜻합니다. 특별히 가려야 할 음식으로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아스파라거스를 먹은 뒤 소변 냄새가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는 분들이 더러 계십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은 효능을 늘어놓는 글이 아니라, 닮은 이름 사이의 경계를 정리해 드리는 글이 되었습니다. 천문동은 천문동대로, 아스파라거스는 아스파라거스대로. 호미님 텃밭의 초록 새순은 전통 약재의 무게를 빌리지 않아도, 그 자체로 식탁을 산뜻하게 채워 주는 채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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