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 도감

물 한 통으로 시작하는 상추, 수경재배 키트로 식탁까지

흙 없이 베란다에서 잎상추를 기르고, 저녁상에 바로 올리는 법

베란다 한쪽에 물통 하나를 놓고 그 위로 연둣빛 잎이 차곡차곡 올라오는 모습은, 흙 묻은 화분이 부담스러운 도시농부에게 가장 반가운 시작입니다. 수경재배 키트로 키우는 상추가 그렇습니다. 흙을 들이지 않고도 물과 작은 펌프, 약간의 빛만 있으면 잎상추 한 포기가 자랍니다. 상추는 거의 실패 없이 키우는 도시농부의 첫 작물이고, 알고 보면 잠을 돕는 건강 채소이기도 합니다.

씨앗부터 키트에 앉히기

수경재배는 모종을 사 오기보다 씨앗부터 시작하는 편이 깔끔합니다. 스펀지나 배지에 상추 씨를 한두 알 올리고 물기를 머금게 하면 며칠 안에 싹이 틉니다. 상추 파종에 알맞은 달은 봄철 3~4월과 가을철 9월입니다. 수경재배 키트는 실내에서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므로 한여름 더위만 피하면 이 시기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싹이 두세 잎을 내면 키트의 정식 구멍으로 옮겨 앉힙니다. 뿌리가 물에 닿되 줄기 아랫부분은 공기 중에 두는 것이 자리잡기의 기준입니다. 키트에 양액이 함께 들어 있다면 설명서의 농도를 지켜 물에 풀어 줍니다.

물과 빛으로 돌보기

상추 수경재배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물과 빛입니다. 물은 사나흘에 한 번 갈아 주고, 줄어든 만큼 보충해 줍니다. 고인 물이 탁해지거나 뿌리가 갈색으로 변하면 물을 통째로 갈고 통을 헹궈 주세요. 펌프로 공기를 넣어 주는 키트라면 뿌리가 더 건강하게 자랍니다.

빛이 모자라면 잎이 웃자라 가늘고 길어집니다. 하루 대여섯 시간 볕이 드는 창가에 두거나, 볕이 약한 실내라면 식물용 LED(발광 다이오드)를 잎 가까이 비춰 주세요. 잎상추는 곁순을 따로 정리할 필요가 없어 손이 거의 가지 않습니다.

바깥잎부터 거두기

상추는 한 번에 뽑지 않고 바깥쪽 큰 잎부터 한 장씩 따 먹는 방식이 좋습니다. 가운데 속잎을 남겨 두면 거기서 새 잎이 계속 올라와 한 포기로 여러 번 거둘 수 있습니다. 바깥잎부터 따면 한 포기에서 몇 주 동안 수확이 이어집니다. 수확이 가능한 달은 봄에 심으면 5~6월, 가을에 심으면 10~11월입니다.

잎이 쓴맛을 내기 시작하거나 가운데서 꽃대가 올라오면 그 포기의 수확은 마무리 단계입니다. 이때 새 씨앗을 미리 틔워 두면 빈자리 없이 다음 포기로 이어집니다.

거둔 상추를 식탁에서

막 딴 상추는 무엇보다 쌈으로 먹는 맛이 좋습니다. 삼겹살이나 소고기를 상추에 싸 먹으면 고기의 지방과 단백질에 상추의 식이섬유와 수분이 더해져 무거운 식사를 가볍게 마무리하게 됩니다. 여기에 마늘·고추·된장을 기본으로 한 쌈장을 곁들이면 매운맛과 발효의 풍미가 부드러운 잎과 균형을 이룹니다.

상추는 잠을 돕는 채소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줄기 유액에 든 락투신이 가벼운 진정 효과를 주는데, 2025년 한국 성인 91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이중맹검·위약대조 시험에서 흑하랑 상추 잎 추출물이 수면의 질을 의미 있게 개선한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액티그래피로 잰 총 수면시간이 약 35분 늘었습니다(p=0.0023). 엽산과 안토시아닌·베타카로틴 같은 항산화 성분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저녁상 마무리로 상추 한 잎을 곁들여 보세요.

오늘은 물통에 상추 씨 두 알을 올려 두는 것으로 시작해 보세요.

출처: 농촌진흥청 농사로·농식품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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