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에 상추가 손바닥만큼 자라면 한 장씩 뜯어 저녁상에 올리게 됩니다. 청상추, 적상추, 로메인까지 베란다 한 칸이면 충분히 키울 수 있는 잎채소죠. 그렇게 매일 한두 장씩 먹는 상추가 뼈 건강과도 이어진다는 사실은 의외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잎이 진한 초록색일수록 비타민K가 많은데, 상추 같은 짙은 잎채소가 그 대표 공급원입니다.
비타민K가 뼈에 하는 일
비타민K는 칼슘을 뼈에 붙들어 두는 단백질이 제 기능을 하도록 돕는 영양소입니다. 칼슘을 많이 먹어도 이 단백질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칼슘이 뼈에 자리 잡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칼슘과 비타민K를 함께 챙기는 식사가 뼈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타민K는 지용성이라 기름과 함께 먹을 때 흡수가 더 잘 됩니다. 상추쌈에 고기 한 점을 올려 먹거나, 샐러드에 올리브유를 두르는 방식이 흡수에는 유리한 셈입니다.
다만 한 가지 주의가 필요합니다. 혈액을 묽게 하는 와파린 계열 약을 드시는 분이라면 비타민K 섭취량이 갑자기 늘거나 줄면 약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상추를 끊을 필요는 없고, 평소 먹던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상추 한 장에 담긴 영양
비타민K 외에도 상추에는 뼈와 세포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자료를 보면 상추 100g에 엽산이 약 49㎍ 들어 있습니다. 엽산은 세포를 새로 만들 때 쓰이는 영양소여서 임신을 준비하거나 임신 중인 분에게 특히 권합니다. 여기에 칼슘과 철, 그리고 잎 색을 내는 안토시아닌·베타카로틴 같은 항산화 색소가 더해집니다. 적상추의 붉은빛이 바로 안토시아닌이고, 흑하랑처럼 색이 짙은 품종일수록 색소 함량이 높습니다.
줄기를 자르면 나오는 흰 유액에는 락투신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락투신은 가벼운 진정 작용을 해서 상추는 예부터 잠을 돕는 채소로 쓰였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물론 고대 이집트 기록에도 약용으로 남아 있을 만큼 오래된 쓰임입니다.
수면 효과, 숫자로 본 근거
전통의 쓰임이 최근 임상으로도 확인됐습니다. 전남농업기술원이 개발한 국내 품종 흑하랑 상추는 락투신 함량이 일반 상추의 124배에 이릅니다. 동물 실험에서 흑하랑 잎 추출물이 GABA(감마아미노부티르산) 수용체를 거쳐 수면을 돕는 작용이 보고됐고, 2025년에는 한국 성인 91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이중맹검·위약대조 시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흑하랑 추출물을 먹은 쪽이 수면의 질 점수(PSQI)가 위약군보다 낮았고(6.48 대 7.41), 잠든 시간을 재는 측정에서 총 수면시간이 약 35분 늘었습니다. 일반 상추를 한두 장 먹는다고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저녁상에 상추를 곁들이는 오랜 습관에 분자 수준의 설명이 붙은 셈입니다.
잘 챙겨 먹는 법
비타민K와 락투신은 둘 다 열에 약하고 지용성 성분도 있어, 생으로 기름과 함께 먹는 방식이 잘 맞습니다. 삼겹살이나 소고기를 상추에 싸 먹으면 고기의 지방이 비타민K 흡수를 돕고, 식이섬유와 수분이 더해져 무거운 식사를 가볍게 마무리해 줍니다. 쌈장으로 마늘·고추·된장을 곁들이면 발효의 풍미가 부드러운 잎과 잘 어울립니다. 서양식으로는 올리브유와 발사믹을 두른 샐러드가 같은 원리로 흡수에 좋습니다.
- 저녁 식사 마무리에 상추 두세 장을 곁들이면 진정 성분의 도움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 기름기 있는 단백질(고기·올리브유)과 함께 먹어 지용성 비타민 흡수를 높여 보세요.
- 약을 드시는 분은 양을 갑자기 바꾸지 말고 평소만큼 꾸준히 챙겨 보세요.
봄(3~4월)과 가을(9월)에 씨를 뿌리면 5~6월과 10~11월에 거둘 수 있으니, 베란다 한 칸에 청상추 한 줄만 심어 두어도 매일 비타민K 한 장을 직접 따 먹을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상부터 가장 진한 초록 잎으로 골라 한 장 더 올려 보세요.
근거: 농촌진흥청 농사로·농식품정보, 전남농업기술원 흑하랑 상추 연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