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텃밭에 열무 씨를 뿌리고 일주일 남짓 지나면 흙 위로 떡잎이 빼곡하게 올라옵니다. 한 줄에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도 없이 촘촘합니다. 처음 열무를 심는 분들은 이 빽빽한 싹을 보며 흐뭇해하지만, 그대로 두면 줄기만 가늘고 길게 웃자라 잎은 얇아지고 뿌리는 제대로 굵어지지 않습니다. 열무 농사는 씨를 뿌린 다음 솎아내기에서 절반이 갈립니다.
왜 솎아야 하는가
열무는 발아가 빠르고 한 자리에 여러 알이 함께 트는 작물입니다. 씨를 고르게 뿌려도 한 구멍에 서너 포기가 동시에 올라옵니다. 이웃한 포기들이 같은 흙에서 물과 양분을 나눠 가지면 어느 쪽도 충분히 자라지 못합니다. 빛도 마찬가지입니다. 잎이 서로를 가리면 아래쪽 포기는 그늘에 들어가 키를 늘려서라도 햇빛을 받으려 합니다. 그래서 줄기가 가늘고 길게 웃자랍니다.
특히 초여름은 기온이 빠르게 오르는 시기여서 웃자람이 더 심합니다. 따뜻하고 빛이 모자란 조건이 겹치면 열무는 며칠 사이에 키만 큽니다. 솎아내기는 포기 사이에 빛과 바람, 양분의 자리를 만들어 주는 일입니다. 빽빽한 곳을 덜어 내야 남은 포기가 잎을 넓게 펴고 뿌리를 곧게 내립니다.
두 번에 나눠 솎습니다
한 번에 최종 간격까지 솎지 않고 두 차례로 나누는 편이 안전합니다. 어린 모종은 벌레나 더위에 사라지는 경우가 있어, 처음부터 띄엄띄엄 남기면 빈자리를 메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 1차 솎기: 떡잎 위로 본잎이 한두 장 나왔을 때 합니다. 약하거나 휘어진 포기, 색이 옅은 포기를 먼저 뽑고 포기 사이를 2~3cm로 벌립니다.
- 2차 솎기: 본잎이 서너 장으로 커지고 포기들이 다시 맞닿기 시작하면 합니다. 이때 최종 간격인 5~10cm로 띄웁니다. 줄과 줄 사이는 15cm 안팎을 둡니다.
솎을 때는 손으로 뽑기보다 가위로 흙 가까이를 잘라 주면 남길 포기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손으로 뽑아야 한다면 다른 손으로 옆 포기 밑동을 살짝 눌러 고정해 주세요. 솎아 낸 어린잎은 그대로 버리지 말고 헹궈서 겉절이나 국 거리로 쓰면 좋습니다. 솎음열무는 부드러워 그 자체로 한 끼 반찬이 됩니다.
솎은 뒤 돌보기
솎아낸 직후에는 흔들린 흙을 다독이고 물을 충분히 줍니다. 남은 포기의 뿌리가 새 자리에 자리 잡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초여름에는 흙이 빨리 마르므로 아침이나 해 질 무렵에 물을 주는 편이 낫습니다. 한낮에 물을 주면 뜨거워진 흙에서 잎이 데일 수 있습니다.
솎기로 포기 사이가 벌어지면 바람이 통해 잎이 무르거나 곰팡이가 생길 위험도 줄어듭니다. 다만 비가 잦은 장마철에는 물 빠짐을 한 번 더 살펴 주세요. 흙이 질척하게 고이면 뿌리가 상합니다. 적당한 간격과 잘 빠지는 흙이 함께 갖춰질 때 열무가 곧게 자랍니다.
거두기까지
열무는 자라는 속도가 빠른 작물이라, 씨를 뿌린 뒤 대략 한 달 안팎이면 거둘 만큼 큽니다. 잎이 손바닥보다 조금 더 커지고 뿌리가 어른 엄지만큼 굵어지면 통째로 뽑습니다. 너무 오래 두면 줄기가 질겨지고 꽃대가 올라와 맛이 떨어집니다. 초여름에는 더위로 꽃대가 빨리 서기 쉬우니, 알맞게 자랐을 때 바로 거두는 편이 좋습니다.
오늘 텃밭에 나가면 빽빽한 열무 줄부터 살펴보고, 본잎이 나온 곳을 골라 첫 솎기를 시작해 보세요. 솎아 낸 여린 잎은 저녁 밥상 위 겉절이로 챙겨 보세요.
